못난이 채소의 재발견! 어글리어스 최현주 대표가 말하는 핵심 || 코스모폴리탄코리아 (COSMOPOLITAN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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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난이 채소의 재발견! 어글리어스 최현주 대표가 말하는 핵심

생김새 때문에 버려질 뻔한 못난이 채소가 알고 보니 유통업계 게임 체인저라면? 어글리어스 최현주 대표가 말하는 핵심에 관하여.

COSMOPOLITAN BY COSMOPOLITAN 2024.02.09
 
2021년 어글리어스를 정식 론칭하면서 국내 푸드 리퍼브(흠이 있는 제품을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하는 것) 시장에 뛰어들었어요. 그땐 참고할 만한 사례나 이 개념을 아는 사람도 많지 않았는데, 어떤 마음으로 시작했나요?
대단한 결심과 결의로 시작했던 건 아니에요. 이전에 폐업한 경험이 있던 터라 마음먹은 대로 될 거란 기대도 없었고요. 그저 문제 제기를 하고 싶었어요. 충분히 쓸모 있는 농산물이 모양 때문에 버려진다는 사실과 그럴 수밖에 없는 유통 시스템이 비합리적이라 느꼈거든요. 그래서 주변에라도 팔아보자며 가볍게 시작했고, 당시 7명이었던 구독자에게 직접 배송하곤 했습니다.
매출 계획은 없었나요?
없었어요. 그땐 못난이 채소를 국내 소비자들이 받아들일 준비가 됐는지, 실구매한 고객이 어떻게 느끼는지 더 궁금하더라고요. 만약 10명에게 팔아서 그들 모두를 높은 수준으로 만족시킬 수 있다면 그걸 100명, 1000명으로 확대하는 건 어렵지 않아 보였어요. 반대로 100명에게 팔았는데 다들 “사도 되고 안 사도 되고” 식의 반응이면 확대가 어렵겠죠. 다행히 초기에 고객들의 반응이 아주 열렬하다는 걸 알았어요.
 
론칭 초기에 ‘못난이 채소 구출 작전’에 많은 사람이 동참하며 너도나도 추천하는 걸 본 기억이 생생해요. 워딩 선택이 탁월하다고도 느꼈는데, 규격 외 농산물로 분류돼 폐기 예정인 농산물들을 소량으로 판매하는 걸 ‘구출한다’고 표현한 이유가 있나요?
산지를 돌아다니다 보면 그 농산물들이 정말로 구출을 기다리는 모습으로 보여요.(웃음) 판로가 없는 것들은 넓은 밭에 그냥 엎어져 있거나, 저온 저장고에 들어가 있거든요. 그걸 가져올 때마다 구출한다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구출돼서 오는 채소들이 왜 못난이 채소로 규정된 건지 각각의 사연이 적힌 페이퍼도 반응이 좋아요. 채소에게 인격이 부여된 것 같아 단순한 식재료라기보단 손님이 오는 기분도 든다고 해요.
감성적인 터치가 목적이었던 건 아니었어요. 그게 와우 포인트가 될 거라곤 상상도 못 했고요. 못난이 채소를 보면 병든 것 아니냐는 식의 선입견이 있잖아요? 낯설어서 생기는 두려움에서 비롯되는 오해니까, 안심하고 먹어도 된다고 알려주기 위한 방편이었죠. 그런데 캐릭터라이징을 좋아하신단 걸 알고 나선 ‘스마일 오이’, ‘우락부락 사과’ 같은 이름을 붙이기도 하고, 판매 페이지 서술 방식에도 적용 중입니다.
 
초기에 농가 네트워크는 어떻게 형성했나요?
찾아가서 같이 수확을 했어요. 가진 게 몸밖에 없어서.(웃음) 생산자님 옆에서 콜라비 같은 거 파면서 “이런 것도 못난이예요? 이건 어디에 파세요? 근데 아깝지 않으세요?” 하고 계속 말을 걸었죠. 처음엔 유통업자라고 경계도 하시고 여자가 이런 걸 하냐는 반응도 있었어요. 그래도 론칭하고도 몇 달간 꾸준히 수확하러 가고, 직접 차에 실어 가는 걸 보며 점점 마음을 열어주시더라고요. “이거 가져갔다가 역풍 맞으면 어떡하냐”라며 걱정해주시기도 하고요.(웃음)
 
친환경을 중시해 못난이 농산물 중에서도 유기농만 취급했다고 들었어요.
전 땅에서 나는 농산물은 그 자체로 모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토양을 지켜주고, 계속해서 생(生)의 순환을 이루니까요. 그중에서도 특히 유기농을 고집한 건 유기농업 생산자님들을 정말 존경하고, 그분들의 철학이 지속되길 바라기 때문입니다. 대부분 유기농업을 시작한 후 가족의 건강이 회복됐다든지 하는 친환경의 효과를 몸소 겪으셨다 보니, 몸이 힘들지언정 땅과 농작물의 건강을 위해 진정으로 애쓰시거든요. 그 모습을 보고 유기농업이야말로 지속 가능한 농업이라 생각했죠. 다만 농약, 비대제, 착색제 등을 쓰지 않으니 당연히 삐뚤빼뚤 못나고 유통 규격에 맞지 않아 폐기해야 하는 농산물이 많이 나오는 상황이었어요. 그래서 친환경의 의미를 소비자들에게 알리고, 선택할 만한 가치가 있다 설득하고, 유통 프로세스를 효율화해 합리적인 가격대를 유지하는 게 어글리어스가 할 역할이라 판단한 겁니다.
 
농산물은 자연과 가까운 이미지 때문인지 대량 폐기되는 것에 대해 많이들 무감한 것 같아요. 음식물 쓰레기는 땅에 묻으면 알아서 썩는다고 쉽게 생각하기도 하고요. 사실 음식물 쓰레기를 무분별하게 배출하는 게 환경문제와 아주 밀접하게 연결돼 있는데 말이죠.
이건 진짜 중요한 얘기인데요, 일상에서 크게 인지하지 못하고 버리는 음식물이 알고 보면 상당합니다. 일주일 동안 개인이 저녁 먹고 남긴 거나 관리 미흡으로 냉장고에서 썩어 버리는 것만 모아봐도 얼마나 많을까요? 아파트 단위로 그걸 모아본다면요? 한 도시, 국가, 전 세계 단위로 모아본다면요? 이게 객관적으로 얼마나 큰 문제인지 파악하려고 해외 연구 문헌을 정말 많이 읽었는데, 크게 와닿는 비유가 있었어요. 음식물 쓰레기를 한 국가라 치고 전 세계 온실가스 발생량을 비교하면, ‘음식물 쓰레기’국(國)이 미국과 중국 다음으로 온실가스 발생량이 가장 많은 국가가 된다는 거예요. 국지적인 문제가 아니라 정말 모두가 의식을 가지고 신경 써야 하는 문제인 거죠. 온실가스뿐만 아니라 폐수도 발생하고, 생산자들이 들인 노동과 시간도 낭비한 셈이에요. 유엔에서는 푸드 웨이스트 문제를 지속 가능한 해결 과제 중 하나로 지정했어요.
 
그렇다면 어글리어스의 최종 목표는 푸드 웨이스트로 인한 환경문제를 해결하는 것일까요?
그렇습니다만 사실 푸드 웨이스트 문제는 표면적으로 대두되는 것 중 하나일 뿐이에요. 못난이 농산물이 나올 수밖에 없는, 전반적인 유통 프로세스 문제가 있거든요. 중량이나 모양으로 결정한 규격이 생산 단계에서도 적용되고, 그에 따라 선별된 건 도매인과 중도매인 등 여러 유통 경로를 거치면서 계속 선별과 탈락이 반복돼요. 그렇게 점점 유통 단가가 올라 가격도 오르는 건데, 이게 비효율적이라 느꼈거든요. 물론 유통 단계를 분업해야만 하는 이유와 나름의 효율이 있겠죠. 그래도 우리만의 운영 프로세스와 기술로 그에 상응하거나 더 높은 효율을 달성할 수 있을지 확인해보고자 시도 중이에요. 성공한다면 전체적인 유통 프로세스를 바꾸게 될지도 모르죠. 유통 문제와 환경문제를 해결하고, 최종적으로 미래 세대를 고려하는 ESG 커머스가 되는 게 목표입니다.
 
지금은 유통단계를 줄여보고자 하는 거군요.
맞습니다. 그게 결국 유통 비용을 절감하는 방안이고, 지속 가능한 농업을 위한 길이라 생각하거든요. 이를 위해 제일 좋은 방법은 ‘단계’랄 것도 없게 농가에서 소비자에게 바로 보내주는 건데요, 사실 그렇게 직접적으로 연결되면 생산자가 생산에 집중을 못 해요. 그렇지 않아도 농촌에 일손이 모자란데 CS 처리, 주문서 송장 뽑기, 포장, 배송 등을 다 소화해낼 수 없죠. 보통 일이 아니거든요. 그래서 저희 같은 유통업체에서 유통부터 판매까지 완전히 담당하는, 한 단계만 거치면 되는 구조를 만드는 겁니다. 생산자는 더 합리적인 정산을 받을 수 있고, 소비자는 더 합리적인 가격에 구매할 수 있죠. 기업이 이런 의도와 가치를 잘 전달하면 소비자가 선택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많은 분들이 그 선의에 공감하기 때문에 어글리어스가 3년도 채 되지 않는 시간 동안 빠르게 성장한 것 같네요. 회원 수나 매출이 얼마나 늘었죠?
회원 수는 현재 17만 명 이상이고, 누적 구독자가 5만5천 명이에요. 매출은 추이를 살펴보니 매년 280%씩 성장했더라고요. 그런데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하는 시기인 것 같아요. 선의와 별개로 내게 너무 편리하고 필요한 서비스라고 느낄 수 있게, 서비스 자체로서의 가치를 높여야 한다고 늘 생각합니다. 그래서 더욱 개인 맞춤형인 형태를 준비 중이에요. 채소 품목별 선호도와 소진 주기까지 학습해서 때에 맞춰 뭘 먹을지도 추천해주면 좋겠죠. 개인의 삶에서 가장 친절한 비서 혹은 친구 같은, 친정엄마 같은 서비스가 돼주고자 합니다.
 
지금 제일 중요시하는 가치와 앞으로도 고수하려고 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전체 유통 시스템을 바꾸고 싶다는 포부에 맞춰 장기전을 준비 중이긴 하지만, 지금은 구출이 가장 중요하죠. 생산자분들이 위기라고 연락하셨을 때 빠르게 해당 품목에 관한 프로젝트를 완성하고 판매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요. 팀원들이 모두 ‘허슬러’인 덕분에 그건 아주 빠르게 잘 진행되고 있습니다. 하루 만에 판매되기도 하고요. 앞으로도 고수하고자 하는 건 못난이 농산물이라고 해도 양보하지 않는 것, 즉 품질입니다. 못난이 농산물이니까 품질이 나쁠 수 있다고 눈감아주거나, 어떤 문제가 있을 때 ‘떨이여서 그런가 보다’라며 소비자가 타협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 반드시 지키고 싶은 가치예요. 그래서 품질이 조금 떨어진 상태로 신선 식품이 배송될 경우엔 못난이 농산물이라서 그런 게 아니니 배상해드린다고 꼭 말씀드리고 있어요.
 
못난이 채소를 가까이하며 규격과 모양보단 맛과 쓸모에 집중하게 됐다는 반응이 많아요. 비슷한 맥락으로 다양성에 관해 아이들을 가르칠 때 못난이 채소를 활용하는 경우도 있더라고요. 대표님이 본질에 집중해 시작한 일로 인해 고객들도 본질을 보기 시작한 셈이네요.
그런 피드백을 받으면 늘 뭉클해요. 지금 이 사회에 이런 이야기가 필요하구나…. 특히 저희 슬로건인 ‘못생겨도 괜찮아’라는 말에도 괜히 울컥했다는 후기를 많이 받아요. 국내 사회는 기준이 엄격하고, 그에 미치지 못하면 낙오자가 된 것 같은 분위기 또한 팽배하잖아요. 그걸 좀 풀어주고, 괜찮다는 메시지를 꾸준히 줄 수 있는 기업이길 바라요. 서비스 측면에서 다양성을 표현하는 매개가 되고 싶습니다.
 

정치외교학과 전공에, 공기업과 IT 스타트업 기업을 거치고, 창업도 한번 해본 후 어글리어스를 시작했어요. 삶의 궤적에 농업과 유통은 없었는데 어떻게 여기까지 온 걸까요?
최근 ‘커넥팅 닷’이란 말에 공감하며 제가 인생에 찍는 발자취 하나하나가 무의미하지 않을 거란 걸 의식하게 되더군요. 돌이켜보면 저는 세상에 좋은 임팩트를 던지고 싶다는 마음이 학창 시절부터 강했어요. 그게 지속 가능하려면 제가 좋아하고 잘 맞는 일이어야 한다는 것도 느끼고 있었고요. 그래서 처음엔 국제기구나 협력 단체에서 일하는 걸 꿈꾸며 정치외교학과에 진학했고, 공채로 공기업에 입사했어요. 그런데 갈 길이 정해져 있다 보니 점점 아쉬워지더라고요. 이대로 10년 일하면 과장님, 20년 일하면 팀장님 된다는 그 수순이 답답하게 느껴졌어요. 그래서 퇴사 후 우연히 시작한 아트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예술가의 창작물을 판매하는 플랫폼을 열었습니다. 제 관심사도 겹치면서, 사람들을 정서적·문화적으로 피어나게 할 수 있는 일일 것 같았거든요. 2년 반 동안 그 플랫폼을 운영하며 비로소 알게 됐어요. 나는 완전한 성취를 이루고 싶은 사람이고, 내 모든 역량과 노력을 쏟아부어 최대치의 임팩트를 세상에 남기고픈 사람이라는 걸. 그래서인지 폐업이란 쓴맛을 봤을 때도 ‘내 길이 아닌 걸까?’라는 의심보다 ‘다시 잘 준비해서 제대로 해보고 싶다’는 오기가 더 크게 생겼어요.
 
‘How’의 문제였을 뿐, 내 중심에서 들리는 소리와 가야 할 방향은 스스로 확실히 알고 있었네요. 그 경험들은 어글리어스에서 어떻게 빛을 발했나요?
첫 번째 창업에서 고객을 봐야 한다는 걸 제대로 배웠어요. 그때 저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만 꽂혀 있었거든요. ‘예술가들이 돈을 많이 못 번다고? 왜? 벌게 해줄게!’라며 예술가들에게 촬영, 브랜딩, 패키징 등 지원이란 지원은 다 해주면서 남는 건 없고, 고객의 관심사나 피드백도 제대로 보지 못했어요. 그래서 그 점을 또렷하게 의식하려 했습니다. ‘내가 못난이 농산물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생산자 입장에서만 생각하면 또 망한다!’ 시장의 수요를 읽으려 많이 노력했고요. 배송 주기 선택이나 먹기 싫은 채소를 미리 고르게 한 게 그 노력의 결과 중 하나예요.
 
‘어글리어스를 평생 운영하겠다’ VS ‘근본을 고치는 일을 평생 하겠다’.
후자에 더 가까운 것 같아요. 그런데 어글리어스가 고치려는 근본이 평생 투자해야 하는 문제이지 않을까요?(웃음) “언제까지 할 거냐”는 질문을 다양한 측면에서 받긴 합니다. 하지만 단기간에 치고 빠지겠단 생각은 전혀 없고, 내 인생의 문제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장기적으로 집중하려고 해요. 그럼에도 후자라고 답한 이유는, 만약 20~30년 몰입하고 나서 유통 시스템이나 환경적으로 어느 정도 해결이 됐다고 느낀다면 전 또 다른 문제를 해결하러 나설 것 같기 때문이에요. 어글리어스가 목표를 이루기까지 오래 걸리겠다고 느낄 뿐이죠.(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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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assistant editor 박한나
    photo by 이우정
    art designer 김지원
    digital designer 김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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